반복되는 일상 속 새로운 인연을 찾기 참 힘든 요즘이죠. 소위 말하는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인데요. 수많은 미혼 남녀들은 소개팅 자리를 통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곤 합니다. 보통 설렘 가득한 기분을 느끼며 상대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요. 보통 첫인상으로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하게 되죠. 좋지 않은 첫 만남을 가졌다면 인연이 되기 더욱 어려운데요. 반면, 이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 황당한 기억을 갖고 있지만 결국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오늘은 축구선수 윤준성, 김보라 부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2시간 지각, 지갑까지 두고 와
옮긴 자리에서 분위기 반전

김보라(30) 씨는 결혼 전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 후 마카롱 카페, 온라인 의류 사업 등을 병행했는데요. 현재는 준성 씨가 해외 팀으로 이적하며 주부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준성 씨는 현재 태국 타이 리그 1 나콘랏차시마 FC에서 센터 백으로 활동 중인 축구 선수이죠. 활동 영역조차 너무나 달랐던 두 사람은 준성 씨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2주 정도 연락을 주고받다 직접 만난 자리였지만 보라 씨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몇 번이나 범했죠. “차가 막혀서 2시간 정도 남편을 기다리게 했어요. 사실 사진 보고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조금 느긋하게 나간 것도 없진 않았죠.(웃음)” 그럼에도 끝까지 보라 씨를 기다린 준성 씨였는데요. 놀라운 건 오히려 보라 씨는 준성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준성 씨는 화가 난듯한 모습으로 식사 시간 내내 보라 씨 뒤 TV만 응시했다고 합니다.

어색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던 보라 씨는 식사 자리에서 계산을 하려 했지만 지갑을 두고 와 더욱 난감했죠. “정말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인연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이후에도 보라 씨는 준성 씨에게 발렛비 3천 원을 빌리는가 하면, 사이드 미러를 닫고 운전하고 구두가 아닌 운전용 신발을 신고 내리는 등 평소 하지 않던 실수들을 연발했습니다. 옮긴 자리에서 준성 씨 역시 “결혼할 생각이 없다. 독고다이다. 난 연애하면서 차여본 적이 없다.” 등의 황당한 발언들을 이어갔죠. 보라 씨는 “얼마나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이런 얘기까지 할까 싶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헤어진 지 5분도 되지 않았을 때, 준성 씨는 돌연 보라 씨를 붙잡으며 다시 만났는데요. 그전까지와 다른 분위기로 서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준성 씨는 “사실 기다리면서 화가 났는데 처음 딱 봤을 때 사진보다 안 예뻐서 좀 실망했어요. 근데 지갑도 안 들고 오고 3천 원만 빌려달라 하고 엉성한 모습들이 너무 웃겼죠.”라며 보라 씨의 귀여운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입대 소식, 기사 통해 먼저 접해
세 번째 만남에 편지와 꽃다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만남을 이어가던 와중, 보라 씨는 포털사이트에 준성 씨를 검색해보다 입대 소식을 접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사람이 소개팅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죠. 만남에 있어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준성 씨는 세 번째 만남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와 꽃다발로 어떻게 전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고 기다려 줄 수 있냐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편지에는 상주 상무라는 팀으로 가서 현역과 달리 자주 만날 수 있음을 귀엽게 어필했죠. 진심 어린 편지에 보라 씨는 긍정의 대답을 했고 준성 씨는 마포대교 아래에서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었습니다.

군인, 축구 선수와의 연애는 쉽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있는 시즌 중에는 자주 봐야 일주일에 한 번 남짓 만날까 말까 했죠. “남편이 상주 상무에 있을 때에는 제가 거의 주말마다 문경에 내려갔어요. 경기 다음날은 대부분 휴가를 주거든요. 그래서 원정 경기 있는 날은 원정팀으로 또 내려갔죠. 주말마다 그렇게 전국을 돌면서 데이트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두 사람은 바쁜 시간 속에서도 한결같은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라디오 사연으로 프러포즈
수비수의 골 세리머니 입장

연애 전까지만 해도 결혼 생각이 없었던 준성 씨는 훈련소에서 보라 씨에게 매일 편지를 보내고 둘의 미래를 그린 일기를 빼곡히 적어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3주년 기념일, 두 사람은 기념일 때마다 방문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는데요. 주차장에서 준성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보라 씨는 차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습니다. 바로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준성 씨의 사연이자 프러포즈였죠. 연애 3년 만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결혼식 당일 보라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남편이 입장할 때요. 사회자분이 남편의 절친한 선배인데 상의 없이 입장할 때 골 세리머니를 시켰거든요. 근데 웃긴 게 남편이 수비수에요. 전 밖에서 대기 중이어서 제대로 못 보고 후에 영상으로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발리로 신혼여행을 계획했지만 준성 씨의 동계 훈련이 앞당겨지며 예약을 취소했는데요. 다행히 결혼식 다음날 감독님의 배려로 급하게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이후 준성 씨가 급히 이적하게 되어 태국으로 향하며 뜻밖의 휴가를 얻을 수 있었죠.

“마지막 일주일은 매일 울었죠”
보라 씨, 겨울쯤 태국으로 향해

두 사람은 결혼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올 시즌부터 타이 리그로 이적한 준성 씨의 첫 해외 무대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로 리그가 잠정 중단되며 4월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9월 리그가 다시 시작하면서 준성 씨는 혼자 태국으로 돌아갔죠. 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는 예쁜 2세가 생겼는데요. 출산을 앞둔 보라 씨를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준성 씨는 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출산 후 열흘 정도 있다 두 사람은 다시 멀리 떨어져야 했죠. 보라 씨는 “내년 5월 시즌 종료 때까지 못 볼 수 있어서 출국 날짜가 정해지고 거의 한 달 내내 눈물바람이었어요. 마지막 일주일은 24시간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라며 근황을 전했는데요. 아기 역시 태어난 후 호흡이 빨라져 일주일 정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보내느라 준성 씨와 보낸 시간이 이틀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준성 씨는 출국 날, 아내와 아기가 눈에 밟혀 현관문 앞에서 몇 번을 뒤돌아보곤 했죠.

매일 밤 같이 야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시간이 이제는 보라 씨에게 간절해졌습니다. 그래도 매일 영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죠. 이번 겨울에는 보라 씨 역시 태국으로 들어갈 예정인데요. “남편 없이 홀로 육아해야 하는 저도, 홀로 타지에서 고생하는 남편도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 같아요.”라며 아쉽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과 믿음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운명을 직감하진 않았지만 예쁜 만남을 이어오며 이제는 또 다른 형태의 관계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보라 씨, 준성 씨 부부. 하루빨리 세 가족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