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있어 언론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오랜 기간 쌓아올린 기업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추락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과거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 언론 권력, 재벌가가 혼맥으로 엮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언론사의 재정상태를 담보하는 것이 광고라는 사실은 모두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를 혼맥으로 이어나가는 것을 단순히 비판할 순 없지만 소위 ‘그들만의 세계’로 변질되는 경우 기사의 공공성이 보장되기 어렵죠. 오늘은 각종 언론사와 대기업 간의 혼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혼맥으로 엮인 두 언론사
국정 농단 사건에 관계 삐끗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은 1965년 중앙일보를 창간했습니다. 1968년 판사,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던 홍진기가 중앙일보 사장직에 앉게 됐는데요. 이병철의 삼남 이건희가 중앙일보에서 일을 시작하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죠. 홍진기, 이병철이 사망한 이후 삼성 그룹의 회장이 된 이건희는 홍진기의 아들 홍석현을 중앙일보 사장으로 앉혔습니다. 홍석현이 사장직에 앉은 이후 삼성 출신 임원진들이 대거 중앙일보 경영진으로 영입되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삼성가와 중앙일보의 연은 계속해 이어졌습니다. 홍진기의 장녀 홍라희는 이건희와 결혼했는데요. 홍라희는 과거 이병철의 눈에 들어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이병철은 홍라희를 미술관 관장으로 낙점한 이후 10만 원을 매일 주며 미술품을 사 오도록 했다고 하죠. 실제로 홍라희는 한국 미술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후 삼성은 동양방송(TBC-TV ·라디오)을 개국했지만 1980년 신군부가 등장하며 TBC가 한국방송공사(KBS)에 흡수 통합됐죠. 이때부터 회사 이름은 <중앙일보·동양방송>에서 <중앙일보사>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삼성은 재벌그룹이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1999년 계열 분리를 했지만 국민들은 이 두 회사가 100%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유독 삼성 그룹에 옹호적인 기사들을 자주 게재했죠.

2011년 중앙일보는 TBC의 후신으로 JTBC를 개국했습니다. JTBC는 홍석현 회장의 아들 홍정도가 총괄 사장을 맡게 됐죠. 삼성과 중앙일보, JTBC는 늘 유착 관계를 의심받았지만 2016년 JTBC의 국정 농단 사건 보도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당시 손석희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홍 회장과 홍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었죠. 그 결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 공여 죄, 재산국외도피,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수수방관하는 입장을 보여 두 회사의 갈등이 보도되기도 했죠.

한편,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은 동아일보 3대 오너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 김재열과 2000년 식을 올렸습니다. 김재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고 알려졌죠. 김재열의 형은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대표이사 및 사장이죠. 김재열은 결혼 후 제일기획에 입사해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혼맥으로 유명한 LG 그룹
조선일보 사위, 중앙일보 며느리

구인회와 허만정 두 사돈이 공동 창업한 LG 그룹은 GS 그룹과 LG 그룹으로 분리되었습니다. GS 그룹 허만정 회장의 손자 허광수는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죠. 허광수의 장녀 허유정은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의 아들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과 결혼했습니다.

허광수의 장남 허서홍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장녀 홍정현과 결혼했는데요. 두 사람의 만남에 부모가 개입했다는 정략결혼설이 돌기도 했지만 연애결혼했다고 밝혀졌죠. 중앙일보 며느리와 조선일보 사위를 두게 된 허광수 회장을 매개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이에도 다리가 놓아진 셈입니다.

허광수 회장의 아내는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딸 김영자입니다. 김영자는 동생 김영명과 언니 김영숙을 두고 있습니다. 김영명은 정몽준 전 의원의 아내죠. 김영숙의 딸 손정희는 헤럴드미디어 회장 홍정욱과 1999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홍정욱의 아버지는 배우 남궁원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법과 대학원을 졸업한 홍정욱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2002년 헤럴드미디어를 인수해 최연소 언론사 CEO가 된 인물입니다.

삼양사 김연수 – 동아일보 김성수
조중동 간에 얽힌 혼맥 관계

메이저 언론사로 꼽히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역시 혼맥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조선일보 창업주 방응모의 손자 방우영의 장녀 방혜성은 태평양그룹 서성환의 장남 서영배와 혼인했습니다. 태평양 그룹은 현 아모레퍼시픽 그룹입니다. 삼양인터내셔널의 허유정과 결혼한 방준오, 태평양그룹의 서영배와 결혼한 방혜성은 농심, 동부그룹 등을 거쳐 삼양으로까지 인척 관계가 연결되는 셈이죠.

삼양사의 김연수는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의 친동생으로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도 혼맥으로 이어지는데요. 이건희의 차녀와 혼인한 동아일보 김병관의 차남 김재열로 인해 자연스럽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간의 인척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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