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

미국 재벌,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선 결혼 전 필수로 작성하는 계약서가 있습니다. 바로 혼전 계약서인데요. 2번의 이혼을 겪은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시 혼전 계약서를 통해 본인 재산의 상당 부분을 지켜냈다고 합니다. 여태까진 국내에서 혼전 계약서는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혼전 계약서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오는 예비부부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데요. 대체 어떤 계약서인지, 예비부부들이 작성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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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생활 수칙, 재산까지
혼인신고 전 작성해야 효력 있어

혼전 계약서란 결혼 전 부부가 결혼 생활을 계획하며 서로 지켜야 할 약속들을 계약서 상에 작성하는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싸우더라도 각방을 쓰지 않는다’, ‘가사일 비중은 5:5로 분담한다.’ 등의 생활 수칙부터 꼭 들어가는 재산 관리까지 결혼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제한 없이 담을 수 있죠. 혼전 계약서라는 명칭답게 혼인 신고 전 작성해야 합니다.

tv chosun <법 대 법>

법적 효력, 재산에 한정돼
이혼하면 사실상 효력 없다?

사실 혼전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갖는 건 재산과 관련된 계약에만 한정되는데요. 이 부분은 ‘부부의 혼인이 성립되기 전 재산에 관해 한 약정’인 부부재산계약을 의미합니다. 결혼 전 스스로 노력해 축적한 재산,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 등 특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계약이죠. 결혼 전 각자의 재산에 관한 내용만을 다뤄야 하는 이 약정은 혼인신고 전까지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 혹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yna, 찾기 쉬운 생활법령 정보

부부 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을 다룬 민법 제829조에는 ‘부부가 혼인 성립 전엔 그 재산에 관해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타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라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부부재산계약은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약정 내용을 변경할 수 있죠.

KBS <수상한 삼 형제>, yna

하지만 혼전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어도 법적 효력이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혼 후 재산분할 청구권에 대한 내용이죠. 실제로 혼인 신고 전 각자 재산에 대해 간섭하지 않기로 했으니 배우자에게 재산 분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A 씨는 “약속을 했더라도 이혼 전에 미리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배우자에게 재산 분할로 일정 금액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죠.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점부터 부여되는 권리입니다. 즉, 혼인 중에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포기조차 할 수 없는 것이죠.

tv chosun <강적들>, ilyosisa

“배우자에게 내 재산 못 줘”
탐탁지 않은 며느리, 사위 때문도

서울 강남 등지의 자산가들 역시 혼전 계약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배우자에게 본인 재산을 넘기지 않기 위해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은 포기한다’ 등의 약정을 포함하기도 하죠. 실제로 미국 셀럽들 사이에서 혼전 계약서 작성이 자연스러운 이유 역시 결혼 전 모아온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라는데요. 아무리 억만장자여도 재산의 상당수가 위자료나 재산 분할로 나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tv chosun <강적들>

또 다른 경우는 며느리, 사위에게 재산을 넘기지 않기 위해 작성하는 경우인데요. 결혼을 앞둔 자녀가 이혼할 경우를 대비해 재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계약서를 쓰기도 합니다. 수십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했던 70대 A 씨는 탐탁지 않은 며느리 때문에 결혼에 조건을 달았습니다. 바로 이혼하게 되더라도 A 씨가 아들에게 물려준 부동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죠. 드물지만 이렇게 예비 신부나 신랑 쪽 부모가 상속해줄 재산이 많은 경우 이혼을 고려해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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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혼 후 재산 문제 겪어
“각자 재산은 넘보지 말자”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후 새로운 사랑을 찾은 재혼 커플들 역시 혼전 계약서를 찾습니다. 또다시 재산으로 인한 법정 싸움을 이겨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이혼 과정에서 배우자와 재산으로 인한 갈등을 겪은 이들이 각자의 재산을 지키는 조건으로 작성한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재혼을 하면서 자녀들에게 ‘또다시 이혼하더라도 새 배우자와 그의 자녀에게 재산을 분할해주거나 상속해주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혼전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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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국내에선 돈, 이혼 등의 민감한 문제를 드러내 계약서를 작성하는 예비부부가 많진 않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을 비롯한 셀럽들은 물론 주위에서도 이혼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데요. 사랑과 신뢰로 결혼 생활이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해외에선 이혼 과정에서 서로의 밑바닥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그려나가는 결혼 생활에 있어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협의가 필요하진 않은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