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란 자녀 유학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놓고 국내에 혼자 남아 뒷바라지하는 남편을 일컫는 단어입니다자녀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초중고생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아버지 자신은 경제적 뒷받침을 위해 국내에 남기를 자처하는 현상인데요.

기러기 아빠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을 희생하는 만큼 정신적 외로움과 경제적 중압감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이들의 고충이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는 소식인데요기러기 아빠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뭘 위해 이렇게 사나…’
우울감 호소하는 기러기 아빠

지난 1990년대 조기유학 열풍이 거세지면서 아내와 자식을 외국에 보내 공부를 시키는 문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이후 2000년대 초에 접어들면서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죠한국에 홀로 남아 유학비와 생활비를 뒷바라지하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가족들에게로 날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기러기 아빠는 지난 2002년 국립국어원 신조어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이들은 본인 역시 가족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유대감은 느낄 수 없는 환경에 오래 방치되다 보니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허무한 심정을 호소하곤 합니다실제로 한국에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들은 오랜 별거와 소통 부족으로 인해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졌다며 차라리 이혼을 원하는 경우도 많은데요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8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아내와 자식의 뒷바라지를 해온 50대 남성이 낸 이혼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조기 유학 열풍에
독수리·펭귄·참새 아빠까지

하지만 기러기 아빠들의 이러한 고충에도 불구하고 조기 유학 풍속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한 유학전문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외로의 유학을 희망하는 이들의 69%가 계획대로 학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기러기 아빠의 수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독수리 아빠’, ‘펭귄 아빠’, ‘참새 아빠라는 단어도 생겨났습니다.
 
 
 
독수리 아빠는 재력이 있어서 해외로 보낸 가족을 보러 마음껏 날아갈 수 있는 아버지를, ‘펭귄 아빠는 형편이 어려워서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지도 못하고 국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아버지를그리고 참새 아빠는 아내와 아이를 미국이나 캐나다유럽 등 외국이 아닌 서울 강남으로 유학 보낸 아빠를 뜻하는 말인데요이러한 단어들은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만이 유학길에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어려워진 형편에 ‘투잡’은 기본
외로움·상실감 급증

실제로 기러기 아빠 중 많은 이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자녀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대기 위해 무리해서 일을 하곤 하는데요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줄어든 수입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러기 아빠의 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무급 휴가 처분을 받거나권고사직을 당하는 등 더 이상 자녀의 유학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심적으로 큰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이에 두세 개의 일용직을 전전하며 투잡쓰리잡을 뛰어 자녀의 유학비를 충당하는 기러기 아빠도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감염 위험 때문에 해외 출입이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가족을 만나기 더욱 힘들어진데다가족들이 타지에서 전염병에 감염되지는 않을까혹은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러기 아빠들의 외로움과 상실감 역시 커져만 가는 실정인데요.
 
 
 
 
실제로 기러기 아빠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끼니 등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영양불량 상태에 놓여있는 이들의 비율은 무려 75%에 달했습니다.
 

‘기러기 아빠’ 한국에만 있다?
미국인들의 반응

사실 기러기 아빠’ 문화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 현상입니다자녀의 교육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가족 형태라는 것이 설명이죠실제로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가슴 아픈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기러기 가족에 대한 특집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해당 기사에서는 기러기 아빠 문화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돈이나 학벌직업이라는 기호 아래에 전도되어 있는 현상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기러기 아빠 문화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수없이 많은 경쟁이 계속되는 현대 사회에서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 역시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데요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기러기 아빠의 우울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잦은 연락을 통해 홀로 지내는 아빠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이 중요할 텐데요. 덜 소중한 것을 붙잡기 위해 더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