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수한 ‘쉐이퍼 빈야드’
신세계L&B 공식 수입
국내 판매가 18% 인상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와인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 감별 능력까지 갖춘 와인 전문가로 꼽히기도 한다. 정말 좋아한 나머지 미국의 와인 양조장까지 직접 인수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이 와인 산업에 진출할 때 ‘와인 대중화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고, 그동안 와인에 낀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와 같은 다짐에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미국산 와인을 맛보는 기대를 했건만, 최근 약속을 깼다는 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미국 와인 ‘쉐이퍼 빈야드’ 지분 100%와 부동산을 약 3,000억 원에 인수한 뒤 쉐이퍼 와인의 판매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 와인은 정용진 부회장이 즐겨 찾는 와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2008년 설립된 와인 수입사 신세계L&B가 그해 9월 공식 수입에 나섰다.


신세계L&B는 그동안 ‘와인 값 인하’를 내세워 국내 와인 시장을 장악해 왔기에 소비자들은 쉐이퍼 빈야드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최대 6만 원을 더 지불해야 같은 와인을 살 수 있게 됐다.
국내에 들어오는 쉐이퍼 빈야드 와인 5종 가격이 최대 18% 올랐다. 값으로 따지면 최대 6만 원 인상됐다. 가장 고가 ‘힐사이드 셀렉트’는 이전 69만 9,000원에서 75만 9,000원으로 6만 원(9%) 가량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는 12만 9.000원에서 15만 2,000원으로 18% 올랐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국제 경기 침체로 인해 충분히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 와인 시장에서 쉐이퍼 빈야드 와인 가격은 국내 인상률만큼 출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국내에서 18%가 오른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2019년산 가격은 2021년 이후 줄곧 50달러(약 6만 6,000원) 중반을 맴돌았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품종 포도로 만든 와인들을 총망라해 평균을 낸 벤치마크 와인 가격 역시 2021년 3월 기준 40달러에서 지난달 41달러로 큰 차이가 없었다. 오로지 국내에서만 20%에 가까운 가격 변화가 있었다.
신세계L&B 측은 “2021년 서리 피해와 코로나19로 인한 중남미 노동자들의 미국 입국 제한으로 와이너리 인건비가 상승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역시 정용진이 손대면 다 망한다더니 이번 와인 사업도 벌써 끝물이 보이는구나”, “정용진 경영 능력 현저히 떨어지네”, “좋겠다 금수저로 태어나서… 좋아하는 일에 돈 쏟아붓고 망해도 타격 없음”, “그냥 일반 주류매장에서 와인 사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