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후 급증한 카드 값
‘데이트 통장’ 제안한 A 씨

30대 초반의 직장인 남성 A 씨에게는 만난 지 2년 된 20대 후반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연애 초반 A 씨는 데이트 비용으로 인해 급증한 카드값을 확인하곤 깜짝 놀라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통장을 제안했는데요. 매달 30-40만 원 정도에 달하는 금액을 각각 넣어두고, 데이트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비용을 해당 통장 속에 들어있는 돈으로만 해결하자는 합리적인 제안이었죠.

여자친구는 A 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은행에 갈 시간을 좀처럼 낼 수 없는 A 씨를 위해 자신의 명의로 데이트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데이트 통장에 매달 1일 일정 금액을 넣어 데이트를 즐겼죠. A 씨는 데이트 통장 덕분에  데이트에 사용되는 모든 비용을 공평하게 처리할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똑같이 넣고 똑같이 썼는데
공제는 여자친구만? ‘불만’

하지만 지난 연말정산 시즌을 기준으로 A 씨에게는 새로운 불만이 생겼습니다. 연말정산을 위해 그간 사용한 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데이트 비용이 생각났던 것이죠. 약 1년간 데이트 통장을 통해 사용된 금액은 약 900만 원에 달하는데, 통장의 명의가 여자친구로 되어 있어 A 씨는 해당 금액에 대한 공제를 하나도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똑같이 돈을 내고, 똑같이 썼는데 한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A 씨는 여자친구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지나치게 쪼잔해 보일까 봐 참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봄이 되었죠. A 씨는 매달 1일 데이트 통장에 입금을 할 때마다 연말정산에 대한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의 상반된 반응
구질구질하다 VS 현명하다

결국 깊이 고민하던 그는 올해 7월부터는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을 데이트 통장으로 삼자는 제안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반기에 사용한 데이트 비용에 대한 공제는 여자친구가, 하반기에 사용한 데이트 비용에 대한 공제는 자신이 받을 수 있으니 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A 씨는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요. 하지만 유저들의 예상과는 달리 차갑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몇몇 유저들은 “이렇게까지 반반으로 하려고 들면서까지 연애를 해야되냐”, “한달에 35만 원 정도면… 그냥 여친 좀 줘라 진짜 구질구질…”이라며 A 씨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죠.
 
물론 A 씨와 의견을 같이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일지라도 돈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죠. 상반되는 의견을 접한 A 씨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정말 자신의 행동이 구질구질한 것은 아닐지 고민에 빠졌죠.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득 높은 사람 명의로 개설해야

그렇다면 금융 전문가들은 데이트 통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데이트 통장 자체에 회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면 데이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출 내역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공동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A 씨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 전 각자의 입금액, 입금 시기, 연말정산 혜택까지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직장인이라면 소득이 많은 사람의 명의로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것이 연말정산 자체에는 유리하다”고 덧붙였죠. A 씨의 사연을 통해 데이트 통장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를 만나보았는데요. 공평한듯 공평하지 않은 데이트 통장 문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